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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분명히 갈리지만 완성도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운 영화 추천

by gazago911 2025. 12. 17.

영화 킬링디어 포스터


모든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어떤 영화들은 처음부터 관객을 가려서 만난다. 전개 방식이 독특하거나, 감정 표현이 절제되어 있거나, 이야기의 결말이 명확하지 않은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취향을 나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 중에는 완성도만큼은 분명하게 인정받아야 할 작품들도 있다.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잘 만들었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운 영화들이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런 영화들을 중심으로, 왜 취향은 갈릴 수밖에 없지만 영화 자체의 밀도와 연출력만큼은 높이 평가받는지를 차분히 살펴본다.

취향이 갈리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구조

취향이 갈리는 영화들은 대체로 관객에게 익숙한 감상 방식을 거부한다. 명확한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거나, 인물의 감정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 스스로 맥락을 해석하고 감정을 따라가기를 요구한다. 이런 영화들은 쉽게 공감되기보다, 생각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피로감을 느끼거나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구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감독의 의도가 분명하고, 연출의 방향성이 끝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취향이 갈린다는 것은 영화가 애매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명확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은 호불호는 크지만,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서사가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영화

「도그빌」은 취향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무대극을 연상시키는 최소한의 세트와 노골적인 인간 군상 묘사는 많은 관객에게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의도된 것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몰입보다 구조와 메시지를 우선시하며, 인간의 위선과 폭력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연출과 서사의 완성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영화의 형식과 내용이 철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들은 감상 중에는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취향은 갈리지만, 완성도라는 기준에서는 쉽게 깎아내리기 어렵다.

감정 이입을 거부하는 영화의 힘

취향이 갈리는 영화 중에는 관객의 감정 이입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작품들이 있다. 「킬링 디어」는 대표적인 예다. 인물들은 비현실적으로 차분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감정 표현을 최소화한다. 이로 인해 관객은 인물에게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거리감은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 핵심 장치다. 도덕과 책임, 선택의 결과를 차갑게 응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들은 관객을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을 관찰자의 위치에 두고, 판단과 해석을 요구한다. 그래서 호불호는 명확히 갈리지만, 연출의 통제력과 이야기의 밀도는 높게 평가된다.

결말이 모든 평가를 바꾸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결말 이후 평가가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영화다. 초반부의 미스터리한 전개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야기의 방향 역시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영화의 구조가 드러나면서, 이전의 장면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재배치된다. 이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마다 해석이 다르다. 바로 이 점에서 취향은 갈린다. 그러나 연출과 구조, 이미지의 사용 방식만큼은 매우 치밀하다. 결말까지 도달했을 때 비로소 영화의 완성도가 드러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완주한 관객일수록 평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 영화에서 나타나는 취향 분화 사례

한국 영화 중에서도 취향은 갈리지만 완성도가 높게 평가되는 작품들이 있다. 「하녀(2010)」는 과감한 연출과 노골적인 욕망 묘사로 인해 관객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화면 구성과 상징, 연출의 일관성은 매우 분명하다. 또 「박쥐」 역시 종교와 욕망, 폭력을 결합한 서사로 호불호가 컸지만, 감독의 세계관과 연출력만큼은 확실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중적인 호감도와는 별개로, 한국 영화의 표현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왜 완성도는 쉽게 부정되지 않는가

취향이 갈리는 영화들이 완성도 면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야기와 연출, 주제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하나의 방향으로 밀고 나가기 때문이다.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더라도, 영화 내부의 논리는 매우 단단하다. 장면 하나하나가 우연에 의존하지 않고,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배치된다. 이런 영화들은 좋아하지 않는 관객에게도 “못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로 귀결된다. 이는 영화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선택받는 방식을 택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영화를 선택해볼 만한 순간

취향이 갈리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감상이 점점 단조롭게 느껴질 때, 이런 작품들은 새로운 자극을 준다. 모든 영화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를 경험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영화들은 호불호를 감수하더라도,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과 깊이를 체감하게 만든다. 만약 최근 영화들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취향이 갈릴 수 있는 영화를 일부러 선택해보는 것도 감상 폭을 넓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